효율적인 업무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조직이 비효율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의외로 자주 발견되는 원인은 리더의 통제 방식 그 자체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고, 큰 그림이나 방향성보다는 구성원의 충성도와 복종 여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리더. 이 경우 통제는 전략이 아니라 목적이 된다.
통제는 ‘절차 강화’라는 이름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정보 흐름이 자연스럽게 막힌다. 직원 간 단순한 자료 공유조차도 반드시 리더를 참조(cc)에 포함해야 하는 규칙이 생긴다. 표면적으로는 “상황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자신의 시야 안에 두려는 시도에 가깝다.
결재 프로세스 역시 불필요하게 복잡해진다. 공식 결재 이전에 동일한 내용을 별도로 정리해
사전 공유를 요구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로 인해 같은 문서가 여러 형태로 생산되고, 중복 업무와 페이퍼워크만 급격히 늘어난다. ‘가짜 일’을 하고 있는 셈.
그럼에도 회의나 공식 석상에서는 “사전 공유 없이 올리지 말라”는 경고가 반복된다. 절차를 어겼을 때의 불이익이 암묵적으로 강조되면서, 조직은 점점 형식 준수 중심으로 굳어간다.
보고는 많아지지만, 이해는 깊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과도하고 잦은 보고가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역설적으로 리더의 상황 인식은 나아지지 않는다. 애초에 과도한 보고를 요구한 원인 자체가, 본질적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직접 이해하고자 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와 메일은 계속 쌓이지만 정작 그 내용이 충분히 검토되거나 소화되지 않는다. 회의에서 다시 설명해도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맥락은 공유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질문은 종종 문제 해결을 향하기보다 보고자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게 상대방 입장이냐, 개인 의견이냐”
“당신 의견을 내가 수용하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되는 거냐”와 같은 질문들이 그렇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배경 설명과 충분한 정보가 이미 제공되었음에도
같은 맥락을 반복해서 되묻는다면,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신뢰의 부재에 있다.
사소한 통제, 집요한 취합
이런 조직일수록 전략이나 성과보다 사사로운 항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 시장 상황이나 업의 본질 추구는 멀어지고, 내부 복지 안내나 공지 배포 여부 같은 세부 사항이 과도하게 문제시되곤 한다.
또한 취합 업무가 유난히 많아진다. 각 구성원에게 개별적인 의견이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만, 그 목적과 활용 방식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의 질이 아니라 누가 언제까지 제출했는지라는 기록이 된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무엇을 잃는가
이러한 환경에서 조직은 점차 속도를 잃는다. 구성원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먼저 물어보고, 먼저 공유하고, 먼저 허락받는” 데 에너지를 쓴다. 결정권/실행력은 위로만 올라가고, 리더는 모든 것을 보고받지만 아무것도 명확히 보지 못한다. 통제는 강화되지만 경쟁력과 속도는 그만큼 약화된다.
더 나은 일의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신뢰를 전제로 한 구조다.
- 사전 공유는 정보통제가 아니라 맥락적인 관점에서 행해져야 한다.
- 보고는 판단을 돕기 위한 수단이지, 감시를 위한 증거 수집이 아니다.
- 질문은 상대를 시험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해를 넓히는 장치다.
- 취합 업무는 활용 계획이 있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잘 돌아가도록 판을 설계하는 것이다. 통제로 유지되는 조직은 현상 유지와 내부 구성원이 버티는 조직일 뿐,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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