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과 나쁜 날, 그 사이를 걷는 법
현재 로봇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님, 정확히는 오래된 친구이자 나의 과거 직장 동료였던 이가 있다. 부서가 달라 잦은 교류는 없었지만 종종 인사를 나누었고, 그가 퇴사를 앞두던 어느 시점 우리는 갑자기 가까워졌다.
아마도 각자가 다음 걸음을 고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가 새로 창업을 하면서 다시 자주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아이템은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형태의 물류 운송 수단.
처음 보는 형태의, 로봇도 지게차도 아닌 그 무엇이기에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쉽게 활용 장면을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레퍼런스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처음으로 도입할 기업을 국내에서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가 먼저 반응했다.
기존 라인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테스트를 요청했다. 그들은 제품의 형태보다 ‘작동의 의미’를 먼저 이해했다. 그 순간 창업자와 내가 함께 느꼈던 벅찬 감정은 지금도 잊기 어렵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늘 그다음이 문제였다.
이제 겨우 첫 레퍼런스를 확보했을 뿐, 시제품이 당장의 자금난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은행 잔고를 확인하며 마음 졸이던 시기, 뜻밖에도 한 투자자가 먼저 연락을 주었다.
이 창업자가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들고 있는지를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한편, 공동 창업자들과의 여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고, 오랜 고민 끝에 방향 차이로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당시에는 결국 창업자 혼자 남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많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팀원들이 하나둘 합류했고, 다행히 이전보다 더 탄탄한 기술력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친구와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좋은 일이 한 번 있으면 어김없이 나쁜 일이 한 번 찾아오고, 반대로 힘든 일을 겪은 뒤에는 뜻밖의 좋은 일이 따라온다고. 창업의 리듬은 언제나 그렇게 오르내린다.
이제 2년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창업에서는 아직 걸음마에 불과한 시기다.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변수가 찾아올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쉽사리 인정을 받기 어렵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일은 언제나 더디기 마련이다.
가끔은 “우린 왜 이렇게 느릴까”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
우리는 지금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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