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방식에 관해: 지적 게으름과 조직의 도태

조직은 리더를 공부 시켜주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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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2, 2026
일의 방식에 관해: 지적 게으름과 조직의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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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업무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다. 판단력, 책임감, 추진력, 소통 능력, 사람을 보는 눈, 시장을 읽는 감각 등. 이러한 덕목 중, 부재시 조직이 파국을 맞이할 수 있는 것으로 나는 지적 근면성을 꼽고 싶다.
조직은 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마련이다. 시장은 계속 변하고, 고객의 요구도 변하며, 내부 역량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가 계속 배우고, 듣고, 정리하고, 판단하려는 노력을 멈추면 조직은 빠르게 낡게된다.
지적 근면성은 지능의 높고 낮음과 별개로, 과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끈기 있게 들이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지적 호기심, 과제 집착력, 학습과 역량 개발에 대한 태도가 포함된다.
업무의 관점에서 나는 이 개념을 조금 더 단순하게 정의해보고 싶다.
  • 첫째, 스스로 계속 학습하는 능력.
  • 둘째, 스스로 알지 못하더라도 남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학습하는 능력.
리더에게 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조직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가 모두 부재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그런 상태를 업무적 의미에서 ‘지적으로 게으른 상태’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지적 게으름은 단순히 개인의 성향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조직의 판단 속도를 늦추고, 실무자의 시간을 소모시키며, 결국 조직 전체를 도태시킨다.
이러한 사례의 극단적인 케이스를 관찰기 형식으로 다루어 보았다.
 

기억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

이러한 리더의 특징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억과 학습의 부재다.
예전에 이미 미팅을 한 적이 있는 기업이 있다. A바이오라는 이 기업은 이전에 조직 차원에서 접점이 있었고, 직원들이 별도로 조사하고 보고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지적 게으름을 가진 리더는 이러한 내용을 머리속에 인지하고자 하지 않는다. 심각한 수준으로.
그러다 어느 날 그 기업을 고위 공무원이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갑자기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이냐”, “왜 우리는 그동안 조사해본 적이 없느냐”는 식의 질책이 이어지고, 직원들에게 황급히 보고를 지시한다.
문제는 이미 만났고, 이미 조사했고, 이미 보고한 점에 있다. 그것이 리더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을 뿐.
 

이해하지 못한 요청은 맥락 없이 떠넘겨진다

외부 요청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회사에는 주요 파트너십이나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요청이 들어온다. 어떤 요청은 전략적으로 중요했고, 어떤 요청은 단순 행정 처리였으며, 어떤 요청은 우리와 별다른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리더의 역할은 이런 요청의 맥락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배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요청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심지어 회사의 현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외부 요청에 내부 리소스를 소모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부 리소스를 보호해야 할 리더가 오히려 조직의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쓰게 만드는 것이다.
 

분별력이 약할수록 ‘이상한 자료’가 인사이트처럼 공유된다

자료를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자료의 질을 판별하지 못한 채, 인터넷에서 긁어온 내용이나 맥락이 빈약한 자료를 중요한 인사이트처럼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양가가 거의 없는 자료가 학습 자료처럼 전달되는 일이 있었다. 그 자료가 현재 우리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저 “이런 것을 봐야 한다”는 식의 전달만 있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장면은 스팸메일이었다. 흔히 날아오는 스팸메일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이 받은 메일의 의미를 파악해보라며 직원들에게 지시한 일이 있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업무라고 불러야 하는지조차 애매했다.
비슷한 일은 외부 시장 자료를 공유할 때도 있었다. “A사 전지 기술 세미나… 차세대 배터리…” 달랑 한줄과 함께 유튜브 링크만 전사에 공유되었다. 그저 흥미로워서 공유하고자 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더 알아보고자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인지 아무런 생각 정립이 없다.
제목만 훑고, 키워드만 던지고, 링크만 공유하는 것은 학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리더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 부담을 조직 전체에 분산시키는 행위에 가까웠다.
 

중요한 미팅에 참석하고도 핵심을 놓쳤다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외부 미팅에서도 이어진다. 중요한 미팅이나 세미나에 직접 참석했음에도, 그 자리에서 논의된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해하기 위해 집중하고, 질문하고, 주변의 설명을 들으려는 태도는 없는 상태로.
더 안타까운 것은 함께 참석한 직원이 현장에서 맥락을 보충하거나 필요한 말을 하려 하면, 오히려 나서지 못하게 단속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팅이 끝난 뒤에는 그날 무엇을 논의했는지 정리해서 보고를 올리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리더가 현장에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후에 실무자에게 다시 설명을 요구하게 된다. 중요한 질문을 던질 기회는 사라지고, 상대방과의 대화 흐름도 놓친다. 이후 내부 보고만 반복된다.
 

내부 정보도 뒤섞였다

학습과 이해가 부족하면 외부 정보만 놓치는 것이 아니다. 내부 정보도 뒤섞였다.
회사에는 여러 제품과 서비스,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각각의 특징과 고객, 기술적 차별점, 현재 진행 상황이 다르다. 리더라면 최소한 중요한 제품들의 핵심 차이를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때로는 A제품과 B제품의 내용을 섞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이 존재했다. 내부 직원들이 보기에는 명백히 다른 내용이었지만, 리더의 머릿속에서는 그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고객 앞에서 제품 정보가 뒤섞이면 조직 전체의 전문성이 의심 받았다. 이후 실무자들은 무엇이 잘못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고, 고객에게 다시 설명하고, 오해를 바로잡아야 했다.
 

이해하지 못하니 의심만 커졌다

내부 직원이 수행한 분석 의견을 받아볼 때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내부 검토 결과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부족하고, 판단 대신 감정이 앞섰다.
여기에 결국 “믿을 수 없다”는 막연한 의심만 남게되어, 같은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도 지시하고, 또 다른 직원에게도 반복해서 지시하는 일이 생겼다. 여러 사람이 같은 결론을 내면 그제야 억지로 수긍하는 식이었다.
결국 조직의 시간은 불필요하게 소모되었다.
 

외부 경쟁자가 움직이고 나서야 의사결정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며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도 뒤늦어졌다.
한 사안에 대해 내부 직원들이 몇 개월 동안 같은 방향의 의사결정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의사결정은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 동종업계의 유명한 경쟁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빠르게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내부 구성원들이 오랜 시간 축적한 판단보다 외부 경쟁사의 움직임이 더 강한 근거가 된 셈이었다. 경쟁사가 의사결정의 유일한 방아쇠가 되는 것이다.
더 나쁜 장면은 그다음에 나타났다.
뒤늦게라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실무진이 빠르게 일을 진행하자, 갑자기 다시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이 의사결정 할 때 A, B, C 요소는 왜 이렇게 한 것이냐”는 질문이 뒤늦게 나왔다. 문제는 모두 과거에 보고된 사항이었고, 현재 상황에서는 이미 검토 시기가 지났다는 점이다.
외부 경쟁사의 움직임을 보고 뒤늦게 결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결정해놓고 다시 과거 검토 단계의 질문을 꺼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경쟁사의 움직임을 보고 뒤늦게 ‘빠르게 진행’하기로 한 것은 이번 업무의 방향성을 ‘빠른 종결’로 내린 것인데, 애초에 이러한 방향에 대한 생각이 없이 입에서만 나온 지시였던 것이다.
 

지적 게으름이 유발한 상황 판단력 부재, 그런데 거만함이 더해질 때

이렇게 상황을 직접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료를 깊이 읽지 않고, 보고받은 내용을 연결하지 않고, 주변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지적 게으름은 그 리더의 상황 인식의 부족으로 이어졌다.
무엇이 중요한 요청인지,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 요청인지, 어떤 자료가 의미 있는지, 어떤 정보가 노이즈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에 거만함이 더해질 때였다.
중요 고객과 맺은 계약 중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었다. 예를 들어 “X지역과 일정 횟수 이상 거래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 실무진은 여러 차례 이 항목이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달성하기 어렵지만, 계약 이행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 의견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하수다”, “우수한 성과를 내려면 그런 항목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결국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자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때 가서는 실무진에게 “그동안 뭐 했느냐”는 식의 질책이 돌아왔다. 거만한 의사결정 끝에는 책임을 실무진에게 전가하는 행위만 남았다.
 

이런 특성들이 총체적으로 고객 앞에서 드러날 때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회사의 가장 큰 고객에게 연간 결산 보고회를 하던 날이었다.
고객에게는 조직의 1년을 보여주는 자리로, 하루 종일의 시간이 걸리는 중요한 보고회였다.
그러나 리더는 실무진이 보고하는 내용을 대체로 심드렁하게 들었다. 애초에 해당 내용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기에. 그리고 결국 반나절 동안 고객 앞에서 코를 골며 졸고 있었다.
더 아이러니한 일은 이후에 벌어진다. 잠을 잔 탓에 보고회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실무진을 별도로 다시 모아 하루 종일 재보고 시키는 것이다.
조직은 리더를 공부 시켜주는 곳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었을까

오랫동안 생각해본 끝에, 이러한 문제는 결국 자기수정 능력의 문제라고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 기억력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특정 산업을 잘 모를 수 있고, 글을 매끄럽게 쓰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부족함 자체가 아니다. 부족함을 인식하고 고치려는 태도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태도 자체가 없으면 사람은 나아지기 어렵다. 과거에 누군가가 문제를 이야기했더라도 귀담아듣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반복되고 오히려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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